인하우스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기업의 사내 프로그램 구축 비딩에 사용하는 영업 제안서를 제작했어요.
작업을 시작할 때 받은 자료는 해당 기업에서 전달한 워드 형식의 RFP와 사내에서 이전에 사용한 영업 제안서였습니다. 이미 정리된 문구를 보기 좋게 배치하는 작업이라기보다 여러 자료를 비교해 필요한 내용을 찾고, 제안 목적에 맞게 순서를 다시 구성해야 했어요.
이번 글에서는 실제 회사명과 프로젝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영업 제안서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정보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소개할게요.
※ 회사명, 제안 대상, 프로젝트명, 세부 내용과 수치는 모두 익명화했습니다.
RFP와 기존 제안서를 함께 확인했어요
제안서 작업을 시작할 때는 먼저 고객사에서 받은 RFP를 확인했어요.
RFP에는 제안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요구사항과 평가 기준, 구축 범위 등이 워드 문서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서에 적힌 순서를 그대로 슬라이드로 옮긴다고 읽기 쉬운 제안서가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사내에서 기존에 사용했던 영업 제안서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두 자료의 역할은 달랐어요.
- RFP: 고객사가 요구하는 내용과 빠지면 안 되는 항목 확인
- 기존 제안서: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기본 정보 확인
- 신규 제안서: 해당 기업의 요구에 맞게 내용과 순서 재구성
기존 제안서의 형식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이번 비딩에서 중요하게 보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했습니다.
모든 제안서에 같은 순서를 적용하지 않았어요
영업 제안서의 구성을 검색하면 회사 소개, 문제 정의, 서비스 소개, 장점, 진행 과정, 기대 효과와 같은 일반적인 순서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기업마다 요구하는 내용이 달랐기 때문에 항상 같은 순서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기업은 구축 과정과 일정이 중요했고, 다른 기업은 기능과 운영 방식 또는 유사 프로젝트 경험을 먼저 확인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RFP를 읽으면서 먼저 내용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습니다.
-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요구사항
- 제안의 강점을 보여줄 내용
- 설명이 필요한 구축 과정
- 표나 비교가 필요한 정보
- 기존 제안서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내용
- 이번 제안에서는 제외해도 되는 내용
분류를 마친 뒤 비딩의 목적에 맞춰 목차와 페이지 순서를 정했습니다.

긴 문서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구조를 바꿨어요
워드로 작성된 RFP에는 긴 문장과 여러 요구사항이 이어져 있었어요. 이 내용을 그대로 슬라이드에 넣으면 글자가 많아지고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큰 틀의 문장을 다듬고 정보 순서를 재배치했어요.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RFP에서 필수 요구사항 표시
- 비슷한 내용을 하나의 항목으로 묶기
- 설명 순서를 제안 흐름에 맞게 변경
- 긴 문장을 제목과 핵심 설명으로 분리
- 표·아이콘·다이어그램으로 바꿀 정보 선택
- 페이지별 핵심 메시지 결정
- 기존 제안서의 내용과 중복 여부 확인
이 과정이 끝난 뒤에야 실제 슬라이드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페이지마다 전달할 핵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부터 시작하면 내용이 추가될 때마다 배치를 다시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긴 텍스트는 아이콘과 짧은 설명으로 바꿨어요
제안서에서 가장 자주 사용한 방식은 긴 텍스트를 아이콘과 짧은 설명으로 바꾸는 작업이었어요.
여러 특징을 문단으로 나열하기보다 핵심 단어를 제목으로 만들고, 각 항목에 의미가 맞는 아이콘을 배치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긴 문단을 다음 구조로 나눌 수 있어요.
- 아이콘
- 핵심 항목명
- 한두 줄의 설명
- 필요한 경우 수치나 근거
아이콘은 내용을 꾸미기 위한 장식보다 빠르게 구분하기 위한 표시로 사용했습니다. 비슷한 의미의 아이콘을 반복하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그림은 피하려고 했어요.
다만 모든 문장을 아이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약 범위나 상세 기능처럼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표나 본문으로 유지했어요.
영업 담당자의 추가 내용을 다시 정리했어요
디자인 작업 중에는 영업 담당자가 빠진 내용을 확인하거나 영업에 필요한 설명을 추가했어요.
추가 내용은 완성된 문장과 디자인 형태로 전달되기보다 대략적인 문구나 임시 배치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해당 내용이 어느 페이지에 들어가야 자연스러운지 판단하고 기존 구성에 맞게 다시 정리했어요.
이때 확인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기존 페이지와 중복되는 내용인지
- 새 페이지가 필요한지
- 현재 목차의 어느 위치에 들어가야 하는지
- 제목과 본문을 어떻게 구분할지
- 표나 아이콘으로 바꿀 수 있는지
- 전체 디자인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내용이 추가될 때마다 새 디자인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템플릿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기존 템플릿과 배치 기준을 사용했어요
반복되는 제안서 작업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둔 템플릿과 디자인 기준이 있었어요.
표지와 목차, 구분 페이지, 본문, 표, 프로세스, 비교 페이지 등 자주 사용하는 유형을 정리해 두면 새 제안서를 만들 때 기본 구조를 빠르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템플릿은 모든 제안서의 내용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기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했어요.
- 제목과 본문의 위치
- 페이지 안쪽의 안전 여백
- 안내선과 정렬 기준
- 글자 크기와 굵기
- 주요 색상과 보조 색상
- 표와 아이콘의 형태
- 페이지 번호와 하단 정보 위치
고객사의 성격에 맞춰 색상이나 강조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제안서 안에서는 같은 기준이 유지되도록 작업했습니다.

마지막에는 톤앤매너와 안내선을 확인했어요
최종 검수에서는 내용이 모두 들어갔는지만 보지 않았어요. 처음 정한 디자인 기준에서 벗어난 페이지가 없는지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제가 주로 확인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용이 안내선 안에 배치되어 있는지
- 제목과 본문이 정해둔 위치에 있는지
- 같은 등급의 제목 크기가 동일한지
- 아이콘의 크기와 선 굵기가 통일되어 있는지
- 페이지마다 여백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지
- 표와 이미지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지
- 강조 색상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지 않았는지
- 추가된 내용이 전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지
한두 페이지는 정상적으로 보여도 전체 파일을 이어서 보면 위치가 흔들리거나 글자 크기가 달라진 부분이 더 잘 보였어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슬라이드를 축소해 전체 흐름을 확인하고, 한 장씩 확대해 세부 요소를 점검했습니다.
디자인보다 정보 구조가 먼저였어요
영업 제안서 디자인은 문서를 보기 좋게 꾸미는 작업만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RFP와 기존 자료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고, 해당 기업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순서로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이후 긴 문장을 표와 아이콘, 다이어그램으로 바꾸고 기존 템플릿 안에서 일관된 형태로 정리했어요.
복잡한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바꾸면서 확인한 기준은 아래 글에서도 다뤘습니다.
블로그 인포그래픽 만들 때 수정한 5가지|여백·글자·정보 순서
영업 제안서를 다시 만든다면 이번에도 디자인을 먼저 시작하기보다 RFP의 요구사항을 분류하고, 페이지별 핵심 메시지와 정보 순서를 정한 뒤 작업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