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면 한 페이지에 긴 문단과 표가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배치하면 글자가 작아지고, 반대로 내용을 너무 많이 줄이면 중요한 정보가 빠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페이지를 수정할 때 바로 아이콘부터 찾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 내용을 인포그래픽으로 바꿔도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했습니다. 모든 문장이 시각화에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긴 문장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고, 정보의 순서와 관계에 맞게 슬라이드로 구성한 방법을 설명합니다. 독자가 적용해볼 수 있도록 원문을 단계별 문구로 바꾸는 예제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 실제 회사의 제안서와 프로젝트 내용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아래 원문과 수정 문구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예제입니다.
모든 긴 문장을 인포그래픽으로 바꾸지는 않았어요
긴 문장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그림이나 아이콘으로 바꾸면 오히려 내용이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원문을 읽고 다음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 이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 내용에 순서나 구조가 있는지
- 여러 항목을 묶어서 보여줄 수 있는지
- 표 자체가 중요한지, 표 안의 결론이 중요한지
- 담당자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특히 수치 비교나 세부 조건이 중요한 표는 원래 형태를 유지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반면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업무 과정이나 비슷한 항목이 반복되는 내용은 인포그래픽으로 바꿨을 때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페이지에는 핵심 내용 하나만 남겼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한 페이지에 핵심 내용을 하나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원문이 길더라도 먼저 전체 내용을 읽고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이후 그 문장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한 페이지에 배경, 문제점, 해결 방법, 기대 효과가 모두 들어 있다면 내용을 억지로 한 장에 넣지 않았습니다.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각각 다른 페이지로 나누고, 페이지마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글자를 작게 만들어 한 장에 모두 넣는 것보다 페이지를 나누는 편이 발표 화면에서도 보기 편했고, 제안서의 흐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긴 문단을 단계별 문구로 바꾸는 예제
아래는 작업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원문입니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참여 대상과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고 교육 일정을 안내합니다. 교육 당일에는 기본 기능을 설명한 뒤 실습을 진행하며, 교육이 끝난 후에는 참여자의 질문을 정리하고 추가 안내 자료를 제공합니다.
이 문단은 ‘교육 전·교육 당일·교육 후’라는 시간 순서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독립적인 특징을 나열하는 카드보다 단계가 이어지는 순서형 구성이 적합합니다.
먼저 페이지의 핵심 메시지를 다음처럼 정할 수 있어요.
페이지 제목: 교육 전부터 후속 안내까지의 운영 과정
본문은 세 단계로 나눕니다.
- 사전 준비
참여 대상·자료 확인, 일정 안내 - 교육 진행
기본 기능 설명, 실습 진행 - 후속 안내
질문 정리, 추가 자료 제공
원문의 문장 표현은 줄였지만, 대상 확인·자료 확인·일정 안내·기능 설명·실습·질문 정리·추가 자료 제공이라는 행동은 유지했습니다.
단계를 ‘준비 → 진행 → 완료’로만 줄이면 각 단계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짧은 단계명 아래에 구체적인 행동을 남기는 것이 중요해요.
내용에 맞는 인포그래픽 유형을 선택했어요
핵심 내용을 정리한 다음에는 정보의 성격에 맞는 표현 방식을 골랐습니다. 주로 사용한 형태는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순서형
업무 절차나 진행 단계를 설명할 때 사용했습니다. 화살표와 번호를 이용해 읽는 순서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구조도
서비스 구성이나 부서 관계처럼 상위 항목과 하위 항목을 함께 설명해야 할 때 사용했습니다. 문장으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각 항목의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기 좋았습니다.
아이콘 카드
제품 특징이나 기대 효과처럼 비슷한 중요도를 가진 내용을 나열할 때 사용했습니다. 아이콘과 짧은 제목, 한두 줄의 설명으로 구성하면 정보가 서로 구분되어 보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무조건 카드 형태로 배치하지 않고, 순서와 관계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적합한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세 단계를 슬라이드에 배치하는 방법
앞의 교육 운영 예제는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상단: 페이지 제목
- 중앙: ‘사전 준비’, ‘교육 진행’, ‘후속 안내’ 카드 세 개
- 카드 사이: 진행 방향을 보여주는 화살표
- 카드 안: 단계 번호, 단계명, 구체적인 행동
카드의 제목 위치와 폭을 통일하면 단계끼리 비교하기 쉽습니다. 아이콘을 넣는다면 제목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아이콘만으로 단계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모든 정보에 화살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접근성·관리 편의·지원 기능’처럼 순서가 없는 특징이라면 화살표를 넣었을 때 진행 단계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나란히 놓인 카드로 구분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카드 안의 설명이 길어지면 문장을 먼저 정리합니다. 중요한 조건을 유지해야 해서 줄일 수 없다면 상세 설명을 다음 페이지로 분리하고, 현재 페이지에는 전체 과정과 필요한 안내를 남기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아이콘은 장식보다 의미 전달을 기준으로 골랐어요
아이콘은 페이지를 예쁘게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요소로 사용했습니다.
예전에는 Freepik에서 필요한 자료를 많이 찾았고, 최근에는 Flaticon에서 아이콘을 찾거나 Magnific 같은 이미지 제작 도구를 함께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장면을 표현한 자료가 없다면 필요한 이미지를 제작한 뒤 제안서의 색상과 선 굵기에 맞게 정리했습니다.
다만 아이콘만 보고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짧은 제목을 함께 넣었습니다. 이미지가 문장을 완전히 대신하기 어렵다면 아이콘 옆에 핵심 설명을 남기는 편이 더 안전했습니다.
이미지나 아이콘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해당 서비스의 현재 라이선스와 출처 표시 조건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내용을 줄인 뒤에는 담당자에게 확인받았어요
디자이너가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요약된 문장도 실제 영업 과정에서는 중요한 조건이 빠진 문장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안을 정리한 뒤에는 중요한 내용이 맞는지 담당자에게 확인했습니다. 특히 금액, 일정, 기능, 제공 범위처럼 제안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임의로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문장을 요약하고 페이지를 구성한 다음, 담당자가 내용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누락해 문제가 된 적은 없었지만, 최종 확인 단계는 항상 유지했습니다.
요약하면서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요
문장을 줄일 때는 핵심 단어뿐 아니라 대상과 조건도 유지해야 합니다. 다음은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보여주는 가상의 예제입니다.
원문
교육 신청자에게 교육 종료 후 안내 자료를 제공합니다.
조건이 빠진 요약
모든 고객에게 자료 제공
조건을 유지한 요약
교육 종료 후 신청자에게 안내 자료 제공
첫 번째 요약은 대상을 ‘신청자’에서 ‘모든 고객’으로 넓혔고, 제공 시점과 자료의 종류도 빠졌습니다. 문장은 짧아졌지만 원문과 다른 약속으로 읽힐 수 있어요.
담당자에게 검토를 요청할 때는 원문과 수정 문구를 함께 보여주고 다음을 확인하면 좋습니다.
- 대상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 시점이나 기간이 빠지지 않았는지
- 제공 범위가 넓어지지 않았는지
- 수치와 단위가 유지됐는지
- 조건부 내용을 확정된 내용처럼 표현하지 않았는지
특히 비용, 일정, 지원 범위처럼 중요한 조건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삭제하지 않습니다.

긴 문장을 정리할 때 사용한 순서
실제 작업은 다음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 긴 문단과 표의 전체 내용을 읽습니다.
- 인포그래픽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인지 판단합니다.
-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 순서형, 구조도, 아이콘 카드 중 적합한 유형을 선택합니다.
- 아이콘과 도형을 이용해 정보를 배치합니다.
- 설명이 너무 길면 글자를 줄이지 않고 페이지를 나눕니다.
- 담당자에게 중요한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받습니다.
- 전체 제안서의 색상, 글자 크기, 여백과 맞는지 최종 점검합니다.
이 순서를 정해두니 긴 내용을 받았을 때 바로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수정해야 할 기준도 명확해져 담당자와 의견을 맞추기가 쉬웠습니다.
가독성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전달이었어요
긴 문장을 정리할 때는 먼저 핵심 메시지를 정하고, 원문에 순서나 관계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단계명과 짧은 설명으로 나누되, 대상·시점·범위처럼 의미를 결정하는 조건은 남겨야 해요.
최종 검수에서는 슬라이드만 보지 않고 원문과 수정 문구를 대조합니다. 인포그래픽을 보고도 원문과 같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제안서 작업의 기준이 되는 PPT 템플릿을 만든 방법을 정리했습니다.